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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디라 시즌5나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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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으로 유명한 화가들이 있다. 고흐, 프리다 칼로, 렘브란트 등이 남긴 자화상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나그리다’ 또한 스스로를 캔버스에 담는다. 반드시 얼굴이 아니라도 좋다. ‘나’를 담을 수 있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그들이 담은 색다른 ‘나’의 모습 또한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주로 하는 활동
못 그려도 괜찮아
‘나그리다’는 올해 여름의 끝 무렵에 생긴 모임이다. 10명 정도가 함께 하는 ‘나그리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프라인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미술 동아리 임에도 모임원 중 미술을 전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나’를 그리는데 전공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더 많은 자유를 얻는다. “표현하고 싶은 대로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그리고 있어요.”
모임을 만든 현유림 회장은 모임의 특징이자 장점을 ‘자유’라 설명한다. “교육을 전공해서 미술교육, 체육교육 등 다방면으로 많이 배우고 있는데 미술교육이 특히 울림 있는 수업으로 다가왔어요.”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들은 다음 그 감상을 표현하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미술수업이라고 해서 그 감정을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종이를 물에 적시기도 하고 구기기도 하며 물소리를 들었던 순간의 감정에 대해 표현했다. 작품을 완성한 후에는 서로에게 그 감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의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감정을 나누기만 하는 시간이었어요. 참 특별한 경험이었죠.” 이러한 경험의 연장선에서 ‘나그리다’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 수업을 들으며 자란다. 하지만 나의 작품은 다른 친구들의 작품과 비교되고, 평가된다. 상을 받지 못하고, 점수를 받지 못하면 자연스레 미술은 잘하지 못하는 과목으로 분류된다. 교육 전공자가 절반 이상인 ‘나그리다’는 현 미술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평가지표로서의 미술활동이 아닌 즐기는 미술활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그리다’의 모임원들 또한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하고, ‘나’를 드러내는 미술활동으로 즐거움을 얻고 있다.
‘나’를 표현하다
‘나그리다’의 모임 또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모임원들과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순으로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야외에서 만나 산책을 하거나 주위를 돌아보고, 카페 등에서 그림을 그린다.
11월 둘째 주의 모임은 가을을 온몸으로 맞기 위해 수목원에서 진행됐다. 몸을 간질이는 가을바람과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 나무들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카페로 돌아와서는 협업으로 한 캔버스 안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과 하나되었던 순간의 ‘나’를 표현했지만, 하나의 작품처럼 서로의 그림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나그리다’. 때문에 나를 탐구하는 주제를 많이 선정한다. ‘나의 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주제를 진행했던 날에는 컬러링북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스스로 살이 쪘다고 생각하기 쉬운 여성들이 많은 시대이다. 자유롭게 내 몸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보자는 의미에서 선정한 주제에 모임원들은 자신의 몸을 나무로 표현하는 등 자유로운 활동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날 처음 모임에 참여했던 2명의 모임원은 활동이 끝난 후 SNS에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평소에는 어떤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있었는데, 오랜만에 색칠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그 감정들을 꺼내보고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습니다.”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한지 ‘나그리다’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에 집중하는 시간이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여서 더 즐겁기도 하다. 김가영 씨와 임지윤 씨도 ‘나그리다’ 활동은 일상의 활력소이자 힐링이라 전한다. “미술 도구를 구입하더라도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잖아요. 모임에서는 함께 수다도 떨고, 다른 이들이 그린 그림도 감상하고, 여러 가지로 재밌어요.”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함으로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그리다’. 초등학교 교사인 홍진희 씨는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진행하지만 제가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요. 늘 그려라, 색칠해라 하다가 모임을 통해 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니깐 느낌이 색다르더라고요. 요즘 감성적인 주말을 보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편안한 휴식 같은 모임, ‘나그리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모임이지만, 만날 때마다 작품이 모이는 게 흥미로워 무료전시도 생각 중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여전히 ‘나를 표현하는 시간을 만나는’ 데 있다. 이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건, 우리 또한 나 스스로가 궁금한 건 아닐까.